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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기사> 행복한 은퇴자들 ⑧‘75세 새내기 대학생’ 김도완 씨

2013-05-27 10:5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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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 은퇴의 재발견] <2부> 행복한 은퇴자들 ⑧‘75세 새내기 대학생’ 김도완 씨
20대 동기보다 파워포인트 척척…'인기짱' 장학생인거 '알랑가몰라'

























 
교내체육대회에서 학생들과 운동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김도완 씨는 입학하고부터 청춘을 다시 한 번 더 누리는 것 같아 행복하다고 말한다.
 
시험 범위가 발표되면 도서관을 찾아 저녁 늦게까지 공부할 만큼 열심인 김 씨의 성적은 상위권이다.

인터뷰하기로 한 날 학교는 체육대회로 떠들썩했다. 운동장에 모인 학생들 사이에서 자그마한 체구의 김도완(75`경산1대학교 병원행정의료정보과 1년) 씨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빨간 티셔츠를 입고 손자뻘 학생들과 섞여 줄 당기기하는 모습은 영락없는 청춘이었다.

김 씨는 한국통신공사 신암전신전화국을 끝으로 16년 동안의 공직생활을 마감했다. 그때가 40대 중반이었다. 그 후 전화국 시험실에 사용하는 부품을 납품하기 시작했다. 사업은 승승장구했으나 IMF 외환위기로 어려움이 닥쳤다. 그의 나이 60에 모든 것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몇 년을 집에서 빈둥거리다 우연히 동네 복지관에서 컴퓨터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때 아름다운 영상을 배경으로 음악과 음성을 넣는 영상 작업에 매료돼 5년 이상 집중적으로 공부했다. 이왕이면 제대로 배우고 싶었다. 그래서 문을 두드린 곳이 경산1대학교.

학교에 가기 위해 버스를 기다릴 때, 교문에 들어설 때 가장 행복하다는 늦깎이 대학생의 두 번째 청춘 이야기를 들어봤다.

-70이 넘어 대학생이 된다는 것은 대단한 용기가 필요할 듯하다.

“무엇을 배운다는 것이 정말 재미있었다. 특히 무궁무진한 영상을 이용해 하나의 작품을 만들 때면 그 성취감은 대단했다. 이왕이면 이론도 제대로 배워 남에게 가르쳐 보고도 싶었다. 그래서 대학을 찾았고 더 배우겠다는 욕심이 다른 모든 걱정을 잊게 했다. 용케 장학생이 돼 더 기뻤다.”

-첫 수업시간은 어땠나.

“수업 전날 거의 잠을 이루지 못했다. 걱정과 설렘 때문이었다. 학생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자기 소개는 뭘로 할까. 잘할 수 있을까 등 많은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당일 심호흡을 크게 하고 교실에 들어갔다. 그리고 자기 소개할 때 영상작가니까 작가라고 불러달라고 했다. 잘 지냈으면 좋겠다고 했다. 반응이 의외로 좋았다. 교수도 학생도 모두들 ‘김 작가’라고 부른다.”

-학교생활의 어려움은 없는지.

“글씨가 잘 보이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다. 두 번째 줄이 내 지정석인 이유도 뒤에 앉으면 글씨가 잘 보이지 않아서다. 요즈음은 파워포인트를 이용한 수업이 대부분이어서 글자가 작아 가끔 수업 진도를 놓치기도 한다. 집에 가면 두 시간 정도 오늘 배운 것을 복습한다. 그래야 진도를 따라갈 수 있다. 집에서 복습하는 것도 재미있다.”

-학생들에게 인기가 좋아 보인다.

“오후가 되면 다들 나른해진다. 이때 과 전체에 아이스크림을 쏘면 학생들의 환호가 쏟아진다. 내 나이에 꽃 같은 청춘들과 아이스크림 먹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나.(웃음) 무엇보다도 컴퓨터를 능숙하게 다룰 수 있어 점수를 딴 모양이다. 처음 컴퓨터 수업시간에 직접 만든 영상작업을 보여주자 학생들 모두가 놀라더라. 그 이후 조를 짜서 발표할 때도 파워포인트 만들기는 내가 도맡아 하고 있다. 그게 인기 비결이다.”

-가끔은 군기반장이 된다고 들었다.

“수업 분위기가 좋지 않을 때가 있다. 이럴 때는 조용하라고 하거나 집중하라고 이야기한다. 할아버지 학생인 나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수업시간에 자세도 흩뜨리지 않고 집중해서 듣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군기를 잡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로 인해 학생들이 더욱더 열심히 공부했으면 한다. 80을 코앞에 두고 공부하려는 나를 보고 많은 것을 느꼈으면 좋겠다.”

-성적이 궁금하다.

“중간고사 시험 범위가 정해지면 그날부터 집 근처 수성도서관에서 집중적으로 공부했다. 주말이면 구내식당에서 밥을 사먹으면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시험 준비를 했다. 그 결과 잘 치른 것 같다. 교수님들이 답안지를 보고 칭찬해 주셨다. 그 때문인지 더 공부하고 싶고 자신감도 생긴다. 이래 봬도 성적이 우수한 학생이다.”

-친구들이나 가족들의 반응은.

“입학하고 난 뒤 주위 사람들로부터 얼굴 좋아졌다는 인사를 많이 듣는다. 젊은이들과 일주일의 절반 이상을 같이하다 보니 생기가 있어 보여 그런 거 같다. 친구들 모두가 ‘대단하다’고 말한다. 하루 종일 공부하는 것도 그렇고 손자뻘 되는 젊은이들과 같이 공부하겠다는 용기에 다들 감탄한다. 딸은 용돈도 주고 책값도 주는 등 든든한 후원자가 됐다. 학교를 다니고부터는 ‘아버지는 그것도 몰라’라는 말이 쑥 들어갔다. 이것만 해도 성공이지 않은가. 하하.”

-부인의 반응이 궁금하다.

“혼자 산다. 10년 넘게 혼자 살다 보니 웬만한 여자보다 살림을 더 잘한다. 반찬이면 반찬, 세탁 청소 못 하는 것이 없다. 외로움이 공부에 더 매달리게 한 것 같다. 학교 가기 전에는 잠 못 이루는 밤도 많았으나 학교 다니고부터는 누우면 잔다. 그것도 좋다.”(그는 옷차림도 아주 깔끔해 혼자 사는 사람 같지 않았다.)

-언제 가장 행복한가.

“아침에 가방을 들고 강의실까지 걸어 올라갈 때 열심히 살아가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젊은 학생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같이 공부를 한다는 것이 꿈만 같다. 시간을 되돌린 기분이다. 어디에서 이런 기분을 맛보겠는가.”

-앞으로 꿈은.

“영상작업을 확대해 사업으로도 해보고 싶다. 한 사람의 일대기를 영상으로 만들고 싶고, 결혼식장에서 하객들에게 보여주는 그런 영상작업도 해보고 싶다. 할 수 있는 작업이 무궁무진하다. 가능하면 내가 알고 배운 것들을 다른 사람에게 가르치고도 싶다. 공부도 계속할 계획이다. 영상과편입하고 싶은데 졸업하면 나이 80이다. 너무 큰 욕심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운영 중인 인터넷 카페도 있다고 했다.

“지금은 공부 때문에 잘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 회원이 300명 정도 된다. 은퇴하신 분 중에 이런 일을 하고 싶은 분들이 계시면 같이 카페를 운영하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영상물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멋지게 만들어주고 싶다. 은퇴자분 중에 컴퓨터를 잘 다루는 분은 연락해주면 좋겠다. 함께하면 잘 운영할 수 있지 않겠나.”

-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는가.

“열심히 사는 것이 건강관리다. 교정을 걷고 강의실을 옮겨 다니고 하나라도 더 배우겠다고 긴장하고 암기하는 모든 일들이 다 건강에 좋은 것들이 아닌가. 새로운 것을 배우려는 자세가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은퇴자들에게 무엇이든지 배울 것을 권한다. 배우는 사람은 늙지 않는다. 그리고 건강해진다.”

         김순재 객원기자 sjkimforce@naver.com

            사진: 김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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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05월 25일 -